Media Log

영국에 사는 데렉 파라비치니(Derek Paravicini, 이하 데렉)의 별명은 인간 아이팟이다. 우리가 MP3 플레이어의 재생 버튼을 누르면 저장 장치에 기억해 놓은 음악을 재생하듯이, 데렉도 한 번 들은 음악을 머릿속에 저장해놓고 그대로 연주할 수 있는 뛰어난 재능이 있다고 한다.

데렉 파라비치니는 1979년 임신 25주째에 태어나 출생 당시 몸무게가 500g을 겨우 넘었다. 산소요법을 동원해 목숨은 건졌지만 데렉은 실명했고 뇌까지 손상을 입었다. 시력과 뇌기능을 생명과 바꾼 것이다. 결국, 자폐증으로까지 발전했다. 하지만, 데렉이 두 살(우리나라 나이로 세 살 정도 되는 모양)이 되자 데렉의 부모는 아들이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데렉은 식기 부딪치는 소리, 새소리 등 여러 가지 소리가 들릴 때마다 그것을 흉내 내려 했다고 한다. 그리고 혼자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보통의 자폐아로만 클 줄 알았던 데렉의 부모는 곧 데렉을 런던에 있는 시각 장애인 음악 학교에 보냈고 그곳에서 스승 애덤 오클포드(Adam Ockelford)를 만났다.

데렉은 내가 피아노를 만지게 놔두지 않았어요. 데렉만의 영역이었죠. 내가 연주해볼라 치면 나를 때리고 머리로 밀어내기까지 했으니까요. 유일한 길은 데렉을 들어다 방 반대편에 옮겨놓고 피아노로 다시 오기 전에 재빨리 뭔가를 연주하는 것이었습니다.

연주 모습 등 기초 실력이 형편없던 데렉은 음악적 기초와 제대로 된 연주 실력을 갖추고 아홉 살이 되던 해에 런던 바비칸 홀에서 로열 필하모닉 팝스 오케스트라와 함께 관객 앞에서 첫 연주를 했다. 그리고 다음 달 3일, 8일, 14일, 올해 서른 살의 데렉은 세 도시를 돌면서 평생 처음으로 혼자만의 순회공연을 한다.

생명과 맞바꾼 음악적 재능. 한 번 들은 음악은 절대로 잊지 않고 연주해내는 '인간 아이팟'. 절대 음감은 바로 이런 데렉을 두고 하는 말일 테다. 모쪼록 데렉이 이번 공연을 큰 실수 없이 마칠 수 있도록 멀리에서나마 응원한다.

유튜브에서 Derek Paravicini로 검색하면 데렉을 다룬 동영상이 수두록하니 꼭 몇 개 골라서 보실 것을 권한다. 그 외에 데렉 파라비치니의 공식 웹사이트도 있다.


출처: http://oddlyenough.kr 블로그자료입니다